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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및 성남 지역 한국 청소년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청소년봉사단체 ‘셰어하트(ShareHears)’와 캄보디아 현지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돼 따뜻한 나눔을 이어온 ‘라온제나어린이합창단’(이사장 정복길)이 깜퐁스푸주 작은 시골마을을 방문, 현지 여자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했다.
ⓒ 박정연
한국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9월 27일 오전(현지 시각). 승합차 한 대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시간 반가량 달려 프놈펜 남부 깜퐁스푸주의 한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출발하던 날 새벽부터 우기철 폭우가 쏟아졌지만, 다행히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붉은 황톳길을 따라 펼쳐진 마을 풍경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가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주민 300여 명이 주로 쌀농사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이곳에서 여자 청소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힘겨웠다.
살림이 여의치 않은 이 지역 가정에 시중에서 파는 위생용품을 구입하는 것은 사치다. 과거 우리나라의 가난했던 시절처럼 낡은 천을 빨아 쓰거나, 그조차 구하기 힘들어 생리 기간이 되면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숨죽여 지내야 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유니세프(UNICEF)와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MoEYS)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는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2024년 하위 중등교육 중퇴율은 15.5%였고, 이수율은 60%에 그쳤다.
특히 농어촌과 저소득 지역의 여학생들에게 월경은 단순한 생리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생리대 등 위생용품과 사생활이 보장되는 화장실, 식수시설 등 기초적인 보건·위생 환경이 부족하면 생리 기간 결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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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치심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여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학업 지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에 가난과 열악한 위생 환경이 겹치면서, 아이들에게는 매달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수줍은 미소 뒤에 감춘 눈물 그리고 달콤한 위로
바로 이 슬픈 사연이 켜켜이 쌓인 마을에 국경을 뛰어넘은 특별한 발걸음이 닿았다. 서울과 성남 지역 한국 청소년들이 뜻을 모은 봉사단체 셰어하트(ShareHearts)와 현지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돼 따뜻한 나눔을 이어온 라온제나어린이합창단(이사장 정복길)이 손을 맞잡고 공동 주관으로 깜퐁스푸주 작은 시골마을을 찾은 것이다.
한국 청소년들과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캄보디아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경제적 어려움과 위생용품 부족으로 학업마저 위협받는 농촌 지역 여자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뜻깊은 생리대 후원 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직접 받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부끄러움에 선뜻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동생이나 엄마를 대신 보내 생리대를 받아오게 한 소녀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직접 받으러 오겠다고 했던 여자 청소년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생리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조차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어린 소녀들의 수줍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용기를 내 생리대를 직접 받으러 온 16세 티다 양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티다 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좋은 제품은 태어나서 처음 써본다"라며 "부모님이 너무 가난해 매번 생리대를 사달라고 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짓눌리는 것처럼 미안하고 죄송했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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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한 통을 품에 안은 티다 양은 한동안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작은 미소 하나에 현장에 있던 봉사단원들의 표정도 환해졌다. 기본적인 위생용품조차 쉽게 손에 넣기 어려웠던 아이의 얼굴에 번진 그 웃음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무거울 수 있던 현장 분위기는 멀리서 온 아이들의 맑은 미소로 조금씩 녹아내렸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어린 봉사단원들은 직접 준비해 온 신선한 재료로 시원한 딸기주스를 만들어 마을 주민들과 꼬마 아이들 손에도 하나씩 쥐여 주었다.
평소 바나나와 망고 같은 열대 과일에 익숙한 이 마을 아이들에게 생소했던 딸기맛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맛보는 달콤새콤한 딸기주스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고, 자기들끼리 뭔가를 속삭이며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 청소년들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한 작은 정성은 낯선 이방인들과의 경계를 허물며 현장에 훈훈한 온기를 더했다.
이번 나눔은 대기업이나 거대 자본의 후원이 아니었다. 이번 생리대 후원 행사를 기획한 청소년 봉사단체 셰어하트의 류태곤 회장(16)을 비롯한 회원들이 십시일반 자신들의 용돈을 아끼고 모아 따뜻한 마음을 모았고, 여기에 현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까지 합세해 진정한 연대의 의미를 완성했다.
류태곤 회장은 또래 청소년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 중단 위기까지 겪는 냉혹한 현실을 접하고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류 회장은 "지구촌 또래 친구들이 가난이라는 현실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겪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라며 "한국 청소년들과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한뜻으로 힘을 모아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라고 이번 후원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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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류 회장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소외받고 극심한 경제적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웃과 친구들의 손을 굳게 잡고 싶다"라며 "이번 나눔을 바탕으로 세상을 더욱 넓은 눈으로 바라보고, 함께 손잡고 하나 된 지구촌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 건네는, 지구촌을 향한 서툰 연대의 손길
두 단체의 국경을 넘은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성남 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셰어하트는 지난 5월 한국 우수 도서 200여 권을 라온제나 합창단 미니 도서관에 기증하며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지속적인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양 단체는 이번 생리대 후원 행사를 시작으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지난 2022년 초 창단된 라온제나어린이합창단 역시 음악 교육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봉사 활동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몸소 증명해 온 단체로 교민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양 단체는 이번 깜퐁스푸주 시골 마을 생리대 후원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나눔의 연대를 더욱 탄탄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특히 셰어하트 측은 이번 물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다가오는 연말 겨울방학 기간에 캄보디아 현지 시골 초등학교를 다시 찾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디지털 영상 프로그램 교육 등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가난이라는 무거운 그늘에 주춤거리던 소녀들의 발걸음 위에, 멀리서 건너온 따뜻한 손길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해맑은 웃음과 수줍은 눈물 사이에서 피어난 작은 인연은, 서로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차가운 벽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국경을 넘어 건너온 이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작은 희망의 씨앗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온 ‘라온제나어린이
